‘무늬만’ 부자증세…소득 3억원 넘는 0.17%로 대상 축소
등록 : 20120101 21:43

4년째 예산안 여당 단독처리

소득세 최고구간 신설
3억 초과, 세율 38%로
애초 1억5천만원서 후퇴
“여당 명분만 챙겨” 비판

» 지난 31일 국회 본회의에서 과세표준 3억 초과 구간을 신설하고 38%의 세율을 적용하는 내용의 소득세법 개정 수정안(일명 버핏세)이 재석 244인 중 찬성 157명, 반대 82명, 기권 5명으로 가결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사실상 올해 도입이 물건너 간 것으로 여겨졌던 ‘부자증세’ 세법 개정안이 우여곡절 끝에 본회의 마지막날 전격적으로 국회를 통과했다. 여당에선 ‘부자감세’로 일관해 온 경제정책 기조가 ‘복지증세’로 전환하는 분기점이 될 것이란 자평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야당에선 애초 취지와 달리 과세 대상이 크게 축소돼 정치적 생색내기에 그쳤다는 비판이 불거지고 있다.

한나라당 의원들 다수는 소득세 최고구간 신설의 실효성보다도, ‘부자증세’라는 상징성에 무게를 두며 이를 반기는 분위기다. 소득세 최고구간 신설을 주도한 정두언 의원은 법안이 통과된 뒤 트위터에 글을 올려 “최고구간이 (애초 여야 수정안인) 2억원에서 3억원으로 올라간 것은 아쉽지만, 한나라당이 소위 부자증세를 주도한 역사적 순간”이라고 자평했다.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은 12월31일 오전까지도 소득세 최고구간 신설에 대해 부정적 견해를 고수했으나, 의원총회에서 의원들 다수가 찬성하자 이를 수용했다. 박 위원장은 그동안 “세제 전반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처방을 마련해야 한다”는 논리를 들어 소득세 최고구간 신설에 반대해왔다. 박 위원장은 이번 소득세법 개정안 표결에는 불참했다.

박 위원장의 측근인 이한구 의원은 “의원 다수가 원하면 어쩔 수 없다”면서도 “이번 방안은 국민들에게 실질적 도움은 못 주면서 일시적으로 기분만 좋게 해주는 안 좋은 방법”이라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지하경제를 찾아내 세원을 넓히고, 근로소득이 아닌 불로소득에 과세하는 방안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총선 공약으로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소득세법 개정안은 막판까지 축소에 축소를 거듭했다. 애초 ‘1억5000만원 초과, 세율 38%~40%’ 수준에서 논의됐으나, 본회의 마지막 날 여야 의원 51명이 발의한 공동 수정안에선 ‘2억 초과, 세율 38%’로 완화됐고, 결국 한나라당 단독으로 본회의를 통과한 수정안은 ‘3억 초과, 세율 38%’로 추가 완화됐다. 최종안에 따른 과세 대상은 3만5000여명, 연간 세수 효과는 5000억원으로 추정된다. 이는 ‘1억5000만원 초과, 세율 38~40%’ 기준을 적용할 경우의 과세 대상(4만4000명~7만6800명)과 세수 효과(5년간 5조4000억~7조1000억원)를 크게 밑도는 것이다. 한나라당이 부자증세의 명분만 챙긴 ‘무늬만 버핏세’란 비판이 나오는 까닭이다.

민주통합당 등 야당은 국회 의결 과정에서 뿐만 아니라 법안 통과 뒤에도 강하게 반발했다. 여야 의원 51명의 동의를 얻어 ‘2억원 초과’안을 낸 이용섭 의원은 “3억원 초과 소득자는 전체 소득자의 0.17%, 그 중 근로소득자는 전체의 0.08%”라며 “‘1% 증세’라는 버핏세의 취지에 맞지 않고 실효성도 없다”고 말했다.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도 “1996년에 4만2000명이던 최고세율 과표구간 근로자와 사업자가 현재 21만명으로 늘었다”며 “한나라당의 수정안에 해당하는 소득자는 여전히 3만여명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국회 상임위에서 여야 만장일치로 현행 세율을 유지하기로 해놓고 소득세 최고구간을 신설하자 “미스터리”라고 말했다.

김회승 황준범 기자 jaybee@hani.co.kr

출처: 한겨레신문 http://www.hani.co.kr/arti/politics/politics_general/512874.html

Posted by Kukulc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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