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레말 사전’ 편찬사업 4년만에 위기
ㆍ지난달 예정됐던 남북 19차 회의 불발
ㆍ“민간 교류 위축으로 방북 신청 힘들어”
2005년 2월 남북이 뜻을 모아 시작한 ‘겨레말 큰사전’ 편찬 사업이 4년 만에 좌초 위기를 맞고 있다. 남북관계 경색으로 지난달 예정된 회의가 무산돼 해마다 4차례씩 남북 편찬위원들이 머리를 맞대온 통로가 막힌 것이다. 60여년간 이질화된 언어를 통일하자는 사업 취지가 흔들리는 상황이다.
8일 ‘겨레말 큰사전 남북공동편찬위원회’에 따르면 지난달 말 열기로 예정됐던 19차 남북공동회의가 열리지 못했다. 편찬위원과 남측 편찬사업회 관계자들이 북한 측과 장소 문제를 협의하다 결론을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남측 편찬사업회 관계자는 “남북관계가 악화되면서 민간 교류와 왕복이 위축된 것”이라며 “방북 신청이 잘 받아들여지지 않는 상황에서 북측에 중국에서 회의를 여는 방안도 타진했으나 지난 6월 회의를 중국 선양에서 했다는 이유로 북측은 난색을 표했다”고 말했다. 현재 남북 양측은 중국이나 북한에서 19차 회의를 조속히 여는 방안을 타진 중이나 남북간 대치가 길어지면서 결과는 불투명하다.
‘겨레말 큰사전’ 편찬 사업은 2007년 국회에서 통과된 특별법에 따라 정부의 공식 지원을 받는 최초의 남북 민간교류 사업이다. 89년 3월 방북한 문익환 목사가 제안하고, 김일성 주석이 동의한 것으로 20년의 뿌리를 갖고 있다. 조재수 남측 편찬위원장은 “남과 북에 따로 있던 말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는 큰사전은 지역어와 문헌어휘까지 총망라해 겨레에 의미있는 사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60여년간 갈라졌던 말을 통일하는 작업은 여전히 갈 길이 먼 상태다. 단일 어문규범을 마련하는 것부터 최대 난제다. 18차례의 밀고당기는 회의에서 자·모음 명칭과 배열 순서, 외래어 표기 등은 남북 의견을 절충해 합의를 봤다. 그러나 남북의 어문규정에서 뚜렷한 차이를 보이는 두음법칙과 사이시옷 표기 문제는 양측 주장이 팽팽히 맞서 있는 단계다.
편찬위원들은 올 12월엔 북측과 향후 일정을 재협의해야 한다. 사업 출범 이전인 2004년 북측과 교환한 양해각서에 편찬 기한을 임의로 ‘5년’으로 명시했기 때문이다. 남측의 특별법에 2014년 4월까지로 시한이 정해져 있다는 점도 북측과 기한 문제를 협의할 때 고려돼야 할 사안이다. 한용운 편찬실장은 “60여년의 분단에 따른 어휘 이질화가 남북 언어문제의 핵심”이라며 “이를 해결할 사전 편찬 작업이 사전 외적인 요인에 따라 중단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환보기자 botox@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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