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사업 구간에 1800년 전 대규모 ‘백제마을’

박주연 기자·연합뉴스 jypark@kyunghyang.com
ㆍ화천서 유적·유물 발굴… 지도위원들 “보존” 의견

정부의 4대강 사업 구간에서 1800여년 전의 대규모 백제마을 유적이 발굴됐다.

이 유적은 200년대 무렵에 한성백제(기원전 18~기원후 475년)가 이미 강원 화천 일대까지 진출했음을 보여주는 발굴로 백제 초기사 연구에 획기적인 자료로 평가된다.

강원 화천군 하남면 원천리에서 발굴된 초기 백제시대의 마을유적을 15일 고고학자들과 발굴 관계자들이 둘러보고 있다. | 연합뉴스


매장문화재 전문조사기관인 예맥문화재연구원(원장 정연우)은 4대강(북한강) 살리기 사업 구간에 포함돼 연꽃단지 조성이 예정된 화천군 하남면 원천리 42의 1 일대 강변 충적대지 1만7500㎡를 발굴조사한 결과 2세기 말~3세기 무렵의 대단위 백제마을이 확인됐다고 15일 밝혔다.

유적에서 발굴된 각종 토기류

조사결과 이곳에서는 초기 백제시대 집터 136곳과 전형적인 백제 유물인 흑색마연토기(黑色磨硏土器)와 긴 계란 모양의 장란형토기 등 각종 토기류, 목재류, 관련 수혈유구(구덩이 흔적), 도랑 흔적이 확인됐다. 또 청동기시대 집터 20곳과 석관묘 등도 발견됐다.

발굴조사단은 이날 현장 발굴설명회에서 “백제시대 집터의 경우 주된 생활공간인 큰 방의 평면 형태가 육각형인 데다 거의 예외없이 부뚜막이 설치된 전형적인 백제인 주거지로 보인다”며 “한성백제의 북한강 상류 진출 양상을 보여주는 획기적인 유적”이라고 밝혔다. 설명회에 참석한 지도위원들은 “출토 유물 등을 볼 때 이 유적은 이르면 2세기 말에 등장했으며, 중심연대는 3세기로 볼 수 있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유적에서는 흑색마연토기도 여러 점이 확인돼 고고학계의 관심을 끈다. 토기를 만드는 단계에서 겉을 다듬고 검은색을 띠게 한 흑색마연토기는 백제 토기의 본격적인 탄생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학계에서 여겨져 왔다. 발굴 책임조사원인 심재연 예맥문화재연구원 조사2부장은 “흑색마연토기 출토품을 조사한 결과 서울 가락동 고분군 출토품과 가장 비슷한 것으로 판단됐다”고 밝혔다. 최병현 숭실대 교수는 “문양이 섬세하고 제작기법이 매우 뛰어난 수작임을 고려할 때 한성백제 당시 중앙에서 지방으로 내려보낸 물품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유적의 보존과 관련, 지도위원들은 이날 “유적의 중요성으로 볼 때 발굴을 완료한 뒤 보존에 무게를 둬야 한다”고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을 찾은 이건무 문화재청장은 “지도위원들의 견해와 문화재위원회의 결정을 참작해 적절한 대책을 세우겠다”고 밝혔다.
출처: 경향신문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009152235275&code=960201
Posted by Kukulc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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