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사카 ‘고대 백제인’ 말사육 유적 확인
한겨레노형석 기자...
» 안장, 재갈 등의 말갖춤.
‘아직기’라는 이름은 현재 옛 역사서에 전하는 가장 오래된 재일동포의 이름이다. 일본의 옛 역사서인 <일본서기>를 보면, 아직기는 4세기 백제 근초고왕의 명으로 말 2필을 끌고 일본에 건너가 일왕에게 선물한 뒤 현지 조정에서 말을 기르는 일을 맡아보았다고 한다. 일본왕은 유학 경서에 밝은 아직기를 태자의 스승으로 삼았고, 그가 일왕에게 추천해서 박사 왕인도 일본에 오게 되었다고 전한다.

“말뼈·이동식 부뚜막·재갈 등 발굴
전남 영산강 일대 유물과 빼닮아”
오사카부교육위, 학술대회서 공개

아직기의 이런 역사적 행적과 연관된 것으로 추정되는 5~6세기 백제 이주민들의 말사육 유적이 고대 일본의 중심이던 오사카 지역에서 최근 확인돼 학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화제의 유적은 현 오사카부 동부 시조나와테시에 있는 시토미야키타 유적. 2000~2009년 수차례 발굴 조사한 결과 다수의 말뼈와 고대 한반도 양식의 등자, 안장, 재갈 등의 말갖춤, 백제풍의 주거지, 이동식 부뚜막, 유(U)자형 아궁이 장식판, 도질·경질 토기 등이 잇따라 출토된 것으로 드러났다. 유적을 조사한 오사카부교육위원회의 미야자키 다이시 연구원은 지난 20일 국립공주박물관에서 ‘마한·백제 사람들의 일본 열도 이주와 교류’를 주제로 열린 국제학술대회를 통해 유적 발굴 성과를 국내 학계에 처음 공개했다.


» 일본 오사카 시토미야키타 유적에서 출토된 말의 전신뼈.
미야자키의 보고문을 보면, 하천 충적지에 자리잡은 이 유적은 5개의 주거 흔적 터로 구분되는데, 키가 100~120㎝에 이르는 어른 말과 어린 말의 뼈와 이빨 등이 다수 출토됐다. 또 그 인근 유구에서는 말이 먹던 소금을 만들던 제염 토기, 장인들이 활동했던 건물터 등이 확인됐으며, 그 안에서 이동식 부뚜막, 토기, 칼 등의 생활유물들과 더불어 나무배의 겉판으로 우물틀을 만든 우물 터도 나왔다.

가장 흥미로운 것은 말갖춤과 생활유물들. 백제권역인 전남 영산강 일대와 충청도, 중부권 유물들과 닮은 것들이 수두룩했다. 재갈의 경우 재갈과 손잡이를 고리를 이용해 연결하는 백제·가야 재갈과 거의 똑같다. 승마하는 이의 발걸이 격인 등자는 전형적인 한반도계 양식에 끈이 달려 있는데, 승마 연습으로 생긴 닳은 흔적도 드러났다. 또 새발자국 무늬(조족문)나 직선 무늬가 섞인 타날문(두들김 무늬) 토기, 부뚜막 장식판 등은 국내 호남 지방 서남쪽 해안이나 호서 지방의 전형적 양식이며 백제 특유의 벽기둥(벽주) 건물 터까지 확인되고 있다.

미야자키는 “백제의 말사육 전문가들이 소금 토기를 만들었던 왜인 인부들을 부려 말을 먹이고 키운 시설로 보인다”고 말했다.


» 이동식 부뚜막. 말갖춤과 부뚜막은 전형적인 백제 양식의 유물들로 이 유적에서 백제 장인들이 말사육에 종사했음을 알려주는 결정적 증거가 되고 있다.
시토미야키타 유적의 조성 시기는 4~5세기로 아직기가 건너온 시기와 큰 차이가 없다. 그가 정착한 곳도 당시 오사카 부근의 간사이 지방으로 추정돼 이 유적은 아직기의 활동을 고고학적 근거로 실증하는 의미를 지닌 셈이다. 실제로 이날 토론의 쟁점은 유적의 주인공인 백제 도래 장인들의 고향이 어디였을까란 의문이었다. 특히 출토품 가운데 상당수를 차지하는, 모가 둥글둥글한 아궁이 장식판은 영산강 일대 마한계통 사람들이 쓰던 것들로 도래 장인들이 호남 해안 출신의 마한계통 사람들이 아닐까 하는 추정이 나왔다. 반면 서울 백제 풍납토성에서 보이는 각진 아궁이 장식판도 소수 나왔고, 충청권 토기 영향도 보여 여러 지역 백제인들이 왔을 것이란 가능성도 제기됐다.




성정용 충북대 교수(고고학)는 “일본 내 고대 ‘코리아타운’의 고고학적 실체에 대한 국내 첫 학술토론이자, 백제 말사육 장인들의 행적과 출신지를 캐어본다는 점에서 색다른 상상력을 불러일으킨 자리였다”고 평했다.

공주/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사진 일본 오사카부교육위원회 제공

출처: 한겨레신문 http://www.hani.co.kr/arti/culture/culture_general/450494.html

Posted by Kukulca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