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뱃길 ‘전성시대’, 이용객 200만명 돌파
장흥~제주 1시간 50분
요금도 비행기의 ‘반값’
지역경제 덩달아 활기
한겨레허호준 기자. 정대하 기자...
» 전남 장흥군 노력항을 출발한 오렌지호에 탄 승객들이 지난 14일 오후 제주 성산포항에 내리고 있다. 허호준 기자
제주 서귀포시 성산포항이 여름 휴가철을 넘긴 요즘에도 활기를 띠고 있다. 평일 오후에도 다른 지역 차량들로 항구 주차장이 가득 차고, 식당들은 관광객들로 붐빈다. 전남 장흥군 회진면 노력항과 제주 성산포항을 잇는 쾌속선 오렌지호(2400t)가 취항한 이후 바뀐 풍경이다.

육지와 제주를 잇는 뱃길 관광시대가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여객선 고속화 등으로 운항 시간이 단축되면서 뱃길 관광이 새로운 관광유형으로 자리잡아가는 모양새다. 한라산 등산객에다 걷기 열풍에 힘입은 제주올레 관광객의 급증, 고속철(KTX)·크루즈 연계 요금 할인(30~50%) 등도 이용객을 끌어들이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 제주와 육지를 잇는 항로

제주 뱃길 이용객은 지난 3일 처음으로 200만명을 넘었고, 연말엔 220만명을 넘을 전망이다.

■ 장흥~성산포항 쾌속선 ‘인기’ 지난 7월2일 취항 뒤 전남 장흥군 노력항~성산포항을 매일 두 차례 운항하는 오렌지호는 지난 24일까지 넉달 남짓 만에 22만여명을 실어날랐다. 취항과 동시에 인기 항로로 자리잡았다. 빠르고 요금이 싸기 때문이다. 목포·완도·녹동~제주 항로가 3~4시간가량 걸리는 데 견줘, 이 쾌속선은 1시간50분 만에 주파한다. 가족과 친척 등 15명과 함께 2박3일 일정으로 제주도 관광을 다녀왔다는 박정화(30·전남 보성군)씨는 28일 “비행기와 비교할 때 공항까지 가는 시간 등을 고려하면 오히려 시간을 절약할 수 있어 관광에 문제가 없었다”며 만족해했다. 이재석(48·광주 운남동)씨는 “1박2일 일정으로 가족 등 10명과 함께 토요 휴업일을 이용해 아이들을 데리고 제주에 왔다”며 “항공기 요금에 견주면 절반밖에 들지 않았다”고 말했다.

심재경 부산항만청 제주해양관리단 선원해사팀장은 “제주도 관광객의 증가와 비례해 뱃길 관광객도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며 “쾌속선 취항이 뱃길 관광객의 증가 요인”이라고 진단했다.

■ 지역경제도 활기 장흥 지역엔 광주·전남뿐 아니라 경상·충청·제주 등에서도 관광객들의 발길이 늘고 있다. 장흥군은 토요일마다 장흥읍에서 열리는 ‘토요시장’ 이용객이 평소 3000명 선에서 오렌지호 개통 이후 15%가량 늘자 지역경제 활성화에 크게 고무돼 있다. 지난 9월 추석 때 노력항에서 농산물 직거래장터를 연 데 이어 올해 말까지 노력항 터미널에 특산물 판매장을 짓기로 했다. 심우성 장흥군 해양수산과 담당은 “관광객이 늘어 숙박·식당·운송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말했다.

제주 성산어촌계 해녀들이 운영하는 ‘해녀식당’도 쾌속선을 타려는 관광객들로 예전보다 훨씬 붐비고 있다고 전했다. 제주지역 여행사들도 쾌속선을 이용해 순천 낙안읍성과 순천만, 화순 운주사 등 호남지역의 관광지를 돌아보는 관광상품을 출시하고 있다. 지난 24일 쾌속선을 타고 성산포항에 내린 김부윤(53·제주시 우도면)씨는 “등산회원 16명이 장흥에 도착해 천관산에 다녀왔다”며 “이 뱃길이 생기면서 육지가 아주 가깝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 선상공연과 낭만도 육지와 제주를 잇는 가장 긴 노선은 인천~제주 항로를 운항하는 오하마나호(6300t)다. 매일 저녁 7시에 인천항을 출항하면 다음날 오전 8시30분 제주항에 도착하기까지 13시간30분을 바다에서 머문다. 수도권지역 산악회 회원들은 금요일 오후 출항해 다음날 한라산을 등산한 뒤 곧바로 제주를 떠나는 ‘무박 3일’ 일정을 선호한다.

오하마나호와 제주~목포를 운행하는 퀸메리호(9600t)에서는 불꽃축제와 라이브공연, 댄스파티 등의 이벤트도 열어 승객들에게 쏠쏠한 재미를 주고 있다.

■ 앞다퉈 쾌속선 도입 바람 뱃길 관광이 활성화하면서 여객선사들이 앞다퉈 고속항로 개설에 나서고 있다. 씨월드고속훼리는 내년 7월 취항을 목표로 2시간10분에 주파하는 해남 우수영~제주 항로 개설 허가를 받았으며, 한라고속훼리는 광양~제주 신규노선 취항을, 고흥군은 녹동~제주에 쾌속선 운항을 검토하고 있다. 여수~제주에도 내년 말께 2시간20분대에 주파하는 쾌속선이 취항할 전망이다.

제주 광주/허호준 정대하 기자

hojoon@hani.co.kr

출처: 한겨레신문http://www.hani.co.kr/arti/society/area/451111.html

Posted by Kukulc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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