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가 최근 전남 진도 오류리 바닷속에서 발굴한 조선시대 수군의 무기와 고려청자 유물들이 28일 오전 서울 국립고궁박물관에서 공개됐다. 연구소의 임경희 학예사가 소소승자총통 3점(오른쪽)과 고려상형청자인 기린형·오리형 향로 뚜껑들을 보여주며 설명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
울돌목 인근 전남 오류리 해역서
개인 화기 ‘소소승자총통’ 첫 발굴
‘1588년 전라 좌수영서 제작’ 찍혀
기린형 향로뚜껑 등 국보급 건져
국내 수중발굴사에 획 그어
*승자총통: 조선시대 개인 휴대용 소총
남도 바다 속에서 명량대첩과 고려청자의 숨은 역사가 튀어나왔다. 듣도 보도 못했던 조선 수군의 개인용 총기인 ‘소소승자총통’(小小勝字銃筒)과 돌포탄부터, 말린 꼬리, 날름거리는 혀가 생동하는 전설의 동물 기린상과 앙증맞은 오리 모양의 향로 뚜껑, 섬세한 모란꽃상감접시까지…. 28일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가 수중발굴한 전남 진도 오류리 바닷속 유물들이 공개된 국립고궁박물관 강당에서는 취재진의 탄성이 그치지 않았다.
이 유물들은 연구소가 9월부터 이달까지 오류리 해역 갯벌층에서 발굴 조사를 벌여 확인한 것들이다. 1970년대 전남 신안 해저 유물 조사로 시작된 국내 수중발굴사에 획을 긋는 최상급 유물들이라고 할 수 있다.
우선 눈길을 끈 것은 이순신 장군의 명량대첩(1597) 당시 썼던 것으로 보이는 개인 화기인 소소승자총통 3점. 대첩이 벌어진 울돌목 가까운 해역에서 나온 이 총통 3점은 옛 문헌에도 보이지 않는 무기다. 동으로 만들었으며, 3점이 모양과 크기(길이 58㎝, 지름 3㎝)가 거의 같다. ‘만력 무자년(1588)에 전라 좌수영에서 만든 소소승자(총통)로 무게는 세근 아홉냥이며 만든 장인은 윤□영’이라는 한자 명문이 있다. 총통의 명칭을 표기한 ‘小’(소)와 ‘勝’(승)자 사이에 각각 ‘エ’과 ‘マ’라는 부호가 보였다. 연구소 쪽은 “한자에서 같은 글자를 표시하는 부호로 ‘소소승자’(小小勝字) 총통을 나타낸 것”이라고 해석했다.
옛 문헌을 보면, 조선 중기 이래 개인 화기로 승자(勝字), 차승자(次勝字), 소승자(小勝字) 등의 총통을 썼지만, ‘소소승자총통’이란 무기 종류와 실물은 처음 확인되는 것이다. 총통류 가운데 가장 작은 휴대용 소총 격으로 총구에 화약을 넣고, 뒷부분 작은 구멍에 심지를 달고 불붙여 발사하는 얼개다. 함께 나온 돌포탄인 석환(石丸)은 지름 8.6㎝, 무게 715g으로 대포에서 쏘았다.
연구소 쪽은 이 무기류들이 전선 12척으로 133척의 일본 함대를 무찌른 명량대첩에 썼던 것이 확실하다고 본다. 총통이 임진왜란 직전 전라좌수영에서 만들어졌고, 발견된 해역도 이순신 함대가 전투를 위해 집결했던 벽파진 바로 앞이라는 것 등이 근거다. 성낙준 소장은 “조선 수군 무기가 전라도 해역에서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국내 무기 발달사는 물론 전라도 바다를 지켰던 수군 조직인 전라우수영의 실체를 밝히는 데도 소중한 자료”라고 말했다.
이번 조사에서는 무기류 외에도 300~400년 전 만들어진 다양한 종류의 고려청자들도 나왔다. 특히 12~13세기의 일부 왕실용 청자는 수중발굴됐던 고려청자 가운데 가장 뛰어난 걸작이라는 평가다. 기린형 향로 뚜껑의 경우 간송 전형필의 애장품으로 알려진 간송미술관 소장품과 비슷하지만, 말아올린 꼬리 부분과 섬세하게 빚은 입속의 혀 등에서 더욱 독창적인 감각이 느껴지는 국보급으로 꼽힌다. 연봉우리 장식이 붙은 붓꽂이나 모란꽃 상감무늬 접시 등도 뛰어난 조형미를 자랑한다. 도자사가인 김영원 국립문화재연구소장은 “세부 수법이 섬세하고, 기존 청자에서 볼 수 없는 창의적 형태를 지닌 작품들이 상당수”라고 했다. 오류리 해역은 고려시대 강진 가마에서 청자를 개경으로 날랐던 뱃길 길목으로, 물살이 거세 많은 배가 침몰했던 장소로 추정된다. 이번 조사는 지난해 11월 이 해역에서 청자를 반출해 팔려던 도굴범들이 붙잡히면서 시작됐다. 연구소 쪽은 “옛 배의 닻돌도 9개나 확인돼 인근 해역에 배의 잔해를 포함해 훨씬 많은 유물이 묻힌 것으로 보인다”며 “해역을 사적으로 가지정하고, 내년 5월께 다시 조사를 벌이기로 했다”고 밝혔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
출처: 한겨레신문 http://www.hani.co.kr/arti/culture/culture_general/562869.html
임진왜란 총통 출토 진도 오류리 해역, 사적으로 | ||||||||||||||||||
전남도 조사 완료되면 지정 추진키로. 보존관리 활용계획 수립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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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남도는 문화재청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소장 성낙준)가 임진왜란기 총통 등을 발굴한 진도 오류리 해역을 조사가 완료되는 대로 국가지정문화재 지정 추진 및 보존관리 활용계획 수립에 나설 예정이라고 28일 밝혔다.
3점의 총통은 모양과 크기(길이 58㎝?지름 3㎝)가 거의 같고 모두 ‘만력무자/사월일좌영/조소소승자/중삼근구/량/장윤영(萬曆戊子/四月日左營/造小小勝字/重三斤九/兩/匠尹□永?만력 무자년 4월에 전라좌수영에서 만든 소소승자총통 무게는 세 근 아홉 냥임. 만든 사람은 장인 윤□영)’이라는 명문이 있다. 총통에서 가장 주목되는 점은 명칭이다. 3점 모두 小(소)와 勝(승)자 사이에 각각 エ, ˝, マ가 새겨져 있다. ‘소소승자(小小勝字)’ 총통이라고 적은 것이다. 승자총통류는 조선 중기 개인화기로 승자(勝字), 차승자(次勝字), 별승자(別勝字), 소승자총통(小勝字銃筒)이 기록으로 전하고 유물이 발견된 사례가 있다. 하지만 소소승자총통은 전하는 기록이 없는 최초의 사례다.
양질의 순청자(純靑磁)와 상감청자(象嵌靑磁), 조질(粗質)청자도 기종별로 다양하게 발굴됐다. 향로나 붓꽂이 등 특수기형도 있으며 맑은 비색(翡色)을 띠고 규석을 받쳐 구웠다는 공통점이 있다. 12세기 후반에서 13세기 전반 강진에서 왕실이나 귀족층이 사용하기 위해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문화재청은 수중발굴조사 해역을 중요문화재(사적)로 가지정해 보호하고 내년 5월 2차 수중발굴 조사를 할 예정이다. 진도 오류리 해역은 고려시대 주요 청자 운반항로였고 조선시대에는 임진왜란과 연관된 중요한 지역이다. 전남도는 문화재청, 진도군과 함께 현지 해역 관리를 강화하고 ‘진도 오류리 고려청자 및 임란유물 매장해역’에 대한 국가지정문화재(사적) 지정, 소소승자총통(小小勝字銃筒) 등 출토 유물에 대한 국가지정문화재(국보 또는 보물) 지정 추진과 함께 보존관리 활용계획도 수립할 예정이다. 이승옥 전남도 관광문화국장은 “임란 7주갑(周甲, 420년)이 되는 올해 세계해전사에 빛나는 명량대첩 현장에서 임란 유물이 출토된 것은 전남은 물론 국가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가치있는 일”이라며 “발굴 조사 결과를 토대로 국가문화재 지정, 보존관리계획 수립 등을 실시하고 ‘2013 명량대첩축제’ 시기(10월)에 출토유물 특별전도 문화재청과 협의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현재 전남지역 수중문화재 지정 해역은 신안 증도면 방축리 해역일원의 ‘송, 원대유물 매장해역(사적 제 274호)’, 무안 해제면 송석리 해역 일원의 ‘무안 도리포 고려청자 매장해역(사적 제395호)’ 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