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보검’ 무덤 주인은 서역인 아닌 신라 귀족 | |
국립경주박물관 ‘특별전’ | |
노형석 기자. | |
신라에도 서역 사람들이 건너와 살았을까. 페르시아, 아랍, 중앙아시아에서 실크로드를 타고 온 서역인들이 한반도 신라에 정착했는지는 지금도 수수께끼다. 심증가는 유물은 꽤 있다. 경주 계림로 14호분의 페르시아풍 장식 보검(단검)을 비롯해 황남대총과 천마총의 로만글라스 유리잔, 괘릉(흥덕왕릉)의 서역풍 무인상 등등…. 문제는 결정적 유적이 없다는 점이다. 이런 상황에서 각별히 주목받은 유적이 1973년 5월 경주 대릉원 미추왕릉 지구 정비사업을 위해 배수로를 파다가 우연히 발견된 6세기께의 계림로 14호 고분이다. 동서 3.5m, 남북 1.3m에 불과한 봉분도 다 깎인 외관이었지만, 지하 돌무지덧널 묘실 속에서 세개의 태극형 무늬가 보석으로 장식된 페르시아풍의 18㎝짜리 장식 보검(단검·사진)과 숱한 귀금속, 말갖춤, 장신구 등 보물 200여점이 쏟아졌다. 1500여년 전 묻힌 무덤 주인은 누굴까. 국내 유일한 서역인 무덤일 것이라고 입에 오르내렸던 이 유적에 대해 약 40년 만에 최근 국립경주박물관에서 결론을 내렸다. ‘14호분의 주인은 서역 보물에 관심많은 신라 진골 계통의 귀족 무사였다’고.
신라에 서역인 정착 추정 유적 박물관 쪽은 근래 5년 동안 소장한 14호분 유물들을 집중 분석한 보고서를 1일 공개했다. 근거는 크게 두가지. 장식보검의 칼집 아래쪽에 남아 있던 직물 조각을 정밀 분석해 보니 당시 신라 진골 귀족층만 입을 수 있던 고급 비단 ‘능’의 조각으로 확인됐다는 것, 장식보검을 제외한 말갖춤, 귀고리, 화살통 등의 다른 발굴품들은 모두 수입품이 아닌 신라산이었다는 것이다. 무덤 형식 또한 신라의 전통적인 돌무지덧널무덤에다, 머리를 동쪽으로 둔 매장법도 신라인 주인설을 뒷받침한다는 설명이었다. 보검의 칼집에 붙은 황금판 장식 보석은 기존에 알려진 마노가 아닌 석류석으로 판명됐다. 석류석은 인도, 스리랑카가 원산이며 고대 이런 장식기법은 중앙아시아, 서아시아 일대에 널리 퍼져 있었다. 거의 비슷한 모양새의 보검이 중앙아시아 카자흐스탄 보로보예 무덤과 중국 신장 키질 천불동 69호 석굴벽화에 그려져 있고, 사마르칸트 아프라시압 벽화의 고대 한반도 사절 벽화에도 이런 모양의 단검 찬 이가 묘사돼 흑해~중앙아시아 연안이 제작지임은 분명해졌다.
고분 주인 성인 진골귀족 결론
새로운 수수께끼 하나, 이 무덤 주인은 귀고리 등의 부장품과 치아 등으로 확인한 결과 두 남자를 나란히 묻은 것으로 밝혀졌다. 키 150 ~160㎝의 어른 귀족이란 추정이다. 순장 혹은 부부묘가 아니라면 왜 두 성년 남자를 나란히 묻었을까. 생전 친구였다가 함께 전사한 것일까. 더욱 흥미로운 건 부장품 중 안장, 재갈, 발걸이 등의 말갖춤이 두벌 아닌 세벌이라는 것. 추가 제작한 이유는 뭘까. 쇠안장가리개에는 표면에 가는 홈을 파고 금실과 은실을 넣고 전체에 용무늬와 톱날무늬를 넣어 아름답기 그지없다. 동아시아 비슷한 유물 중에도 이렇게 화려한 전면으로 금은 입사 장식을 한예는 드물다. 두마리의 새나 용이 마주 보는 듯한 이미지를 투조, 입사 기법으로 나타낸 띠고리(사진) 등도 명품이다. 이번 보고서 내용만 놓고 신라에 서역인들이 살지 않았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 언젠가는 경주 일원에서 서역인 거주지가 떼로 발견될지도 모른다. 중국의 고도 서안(장안) 근교와 둔황, 투루판 등의 실크로드 유적 주변에서는 서역 상업민족인 소그드인 등의 마을터가 다수 발견되고 있기 때문이다. 박물관 쪽은 보고서에서 분석한 장식보검과 말갖춤 등 14호분의 주요 보물들을 4월4일까지 특별전을 열어 내보일 예정이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사진 국립경주박물관 제공 |
기사등록 : 2010-02-01 오후 08:17:33
출처: 한겨레신문 http://www.hani.co.kr/arti/culture/culture_general/402207.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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