共存主義/잃음과 잊음

미륵사지 석탑 20년 간 정비 끝내고 제모습 드러내다

Kukulcan 2018. 6. 20. 17:08

 

가장 크고 오래된 미륵사지 석탑 20년 간 정비 끝내고 제모습 드러내다

 

익산 | 도재기 선임기자 jaekee@kyunghyang.com

 

 

 

해체·보수를 끝내고 20일 공개된 익산 미륵사지 석탑(국보 제 11호). 문화재청 제공

해체·보수를 끝내고 20일 공개된 익산 미륵사지 석탑(국보 제 11호). 문화재청 제공

 

 

국내에서 가장 크고, 오래됐으며 조성 연도(639년)가 명확한 석탑인 전북 익산의 백제시대 ‘미륵사지 석탑’(국보 11호)이 ‘건강’해졌다. 1300여 년의 세월 동안 풍화되고, 깨지고, 불안하던 구조적 안정성이 해체와 수리라는 대수술로 개선됐다. 전면 해체를 통한 수리를 결정한 지 20년, 실제 해체·수리작업을 해온 지 17년 만이다. 

한국 문화재 보존의 역사를 새로 썼다는 평가다. 향후 석조문화재 보존·수리에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는 20일 미륵사지 현장에서 “20년간의 ‘미륵사지 석탑 보수정비사업’이 마무리 단계로, 석탑 자체의 수리는 완료됐다”며 석탑을 공개했다. 석탑은 외부 가설 구조물 철거와 주변 정비가 끝나는 11월 드넓은 미륵사지 위에 온전히 웅장한 모습을 드러낼 예정이다,


 

■거듭난 미륵사지 석탑 


 

미륵사지 석탑은 현존하는 동아시아 석탑 가운데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남아 있는 6층까지의 높이가 아파트 5층 높이에 가까운 14.5m에 이른다. 백제 시대 목탑·목조건축 기법과 양식이 고스란히 반영된 석탑이다. 목탑의 석탑으로의 변화 과정을 보여줘 역사적·학술적 가치가 높다.

2009년 수리를 위한 해체 과정에서 사리장엄구가 발견돼 백제 무왕(재위 600~641) 때인 639년 축조된 것을 알 수 있다. 무왕은 신라 선화공주와의 사랑 이야기로 유명한 향가 ‘서동요’의 주인공이자 의자왕의 아버지다. 동시대 신라의 분황사 모전석탑(국보 30호)과 비교되는 미륵사지 석탑은 독특한 아름다움과 함께 당시 백제의 문화수준, 석공들의 빼어난 솜씨도 알 수 있게 하는 귀중한 문화유산이다.

미륵사지 석탑은 애초 9층으로 세워진 것으로 추정되지만 문헌기록상 조선시대엔 7층, 1910년 사진에는 서쪽 부분이 무너지고 6층 밖에 남지 않았다. 일제강점기인 1915년 석탑을 수리하면서 콘크리트를 덧씌웠다. 1300여 년이 흐르면서 노후화될 수밖에 없었다. 1998년 구조안전진단을 벌였고, 문화재위원회는 해체·수리를 결정했다. 

2001년 해체가 시작됐다. 완전한 해체에만 10년 걸렸다. 관련 발굴 조사, 원래 부재와 새 부재에 관한 기술 연구, 구조보강 방안, 옛 부재의 오염물 제거와 강화 보존처리 대책도 진행됐다. 이를 바탕으로 2015년 재조립에 들어갔다. 원래 남아 있던 6층까지 쌓아 수리를 끝냈다. 콘크리트가 있던 부분은 다듬은 석재로 차곡차곡 쌓았다. 


 

미륵사지 석탑의 동쪽 측면 모습(1910년)

미륵사지 석탑의 동쪽 측면 모습(1910년) 

 

이날 다시 만난 미륵사지 석탑은 구부재와 신부재가 어우러졌다. 1000년이 넘는 세월의 더께만 있어 그만의 아우라를 주던 수리 전 탑과는 다른 느낌이다. 당연하다. 보수의 흔적도 문화이며, 또다른 감동을 주기 때문이다. 


 

■문화재 보존의 새 역사 


 

미륵사지 석탑의 해체·수리과정은 한국 문화재 보존역사에 여러 기록을 남겼다. 단일 문화재로는 최장 기간 수리를 진행했다. 보수 과정에서 기술특허 5건·논문과 학술발표 37건 등 성과를 남겼다. 이런 성과는 사업비와 사업기간을 제한한 기존 사업과 달리 필요한 만큼의 사업비를 지원하면서 가능했다.

명확한 보수 정비 방향 아래 진행됐다. 추정에 의한 무리한 복원이 아니라 남아 있는 역사성을 보존하고 문화재의 진정성을 훼손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이에 따라 6층까지만 수리했다. 무리한 복원으로 20여 년 째 논란이 되고 있는 미륵사지 동쪽 석탑과 비교된다. 

원재료와 기법을 최대한 보존하면서도 체계적인 과학연구로 구조적 안정성도 확보했다. 문화재의 원형·가치를 훼손하지 않은 것이다. 미륵사지 석탑의 총 부재는 1627개에 이른다. 축조 당시 옛 부재의 재사용률은 81%에 이른다. 재사용할 수 있는 재료는 최대한 활용한 것이다. 새로운 부재도 옛 부재와 재료학적으로 가장 동질성을 보인 미륵사지 인근 황등 채석장에서 캐 사용했다. 옛 부재와 기법에 대한 치밀한 조사·연구는 학술 성과로 남아 향후 문화재 보존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새롭게 개발한 기술도 적용했다. 기존 부재와 새 부재의 접합에는 철저한 계산 아래 인공관절 등에 쓰이는 티타늄 봉을 활용했다. 중량은 가볍게 하면서도 강도는 높인 것이다. 김현용 학예사는 “티타늄 봉을 활용한 석재 접합기술은 앞으로 석조문화재 보수정비에 귀중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해체·수리 전의 미륵사지 석탑 남동 측면. 문화재청 제공

해체·수리 전의 미륵사지 석탑 남동 측면. 문화재청 제공

 

문화재 보존에 관한 국제 기준을 준수해 해외로부터 찬사를 받기도 한다. 부재들 사이의 빈틈이나 미세한 균열은 새로 개발한 무기질 재료로 꼼꼼하게 메웠다. 여기에 석탑 전체 표면의 강화처리, 색 맞춤 작업도 이뤄졌다. 미륵사지 석탑 보수정비사업단 배병선 단장(국립문화재연구소 건축문화재연구실장)은 “그동안 정비과정에서 ‘풍화도에 따른 석조문화재의 금속보강방법’ 등 5건의 특허등록을 획득하는 등 우리나라 석조문화재 보존기술도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됐다”고 강조했다.

 

국립문화재연구소는 오는 11월 석탑을 완전히 공개한다. 내년 1월에 국제학술심포지엄, 3월엔 준공식을 개최하고 5월 수리보고서를 발간한다. 



원문보기: 경향신문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806201616001&code=960100#csidx3384f862274b366a6bd036a58353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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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덧집 씌우고, 해체·수리하려고 준비하던 시기에 필름카메라로 찍었던 미륵사지 석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