共存主義/잃음과 잊음

백제 땅에 가야계 추정 왕릉급 무덤 나왔다

Kukulcan 2014. 10. 23. 14:49

 

백제 땅에 가야계 추정 왕릉급 무덤 나왔다

 

등록 : 2014.10.23 09:02 수정 : 2014.10.23 10:13

 

나주 정촌고분 1호 돌방무덤 출토 백제 금동신발. 현재까지 백제 금동신발로는 보존 상태가 가장 완벽하다. 국립문화재연구소 제공

 

국립나주문화재연구소, 전남 나주 정촌고분 발굴조사

가야계 토기류 무더기 출토…각종 유물 쏟아져
백제권 유물인 금동신발 완벽한 형태로 발굴
연구소 “백제와 토착세력 정치적 관계 반영”

 

고대 마한의 땅이던 전라도 영산강 유역에 경상도 가야사람들이 대거 진출했다는 의미일까. 고대 백제와 마한의 세력권이었던 전라도 영산강변의 나주에서 가야계 유력자를 묻은 것으로 추정하는 초대형 고분이 확인됐다. 도굴되지 않은 무덤으로, 전형적인 가야계 토기류들이 무더기로 출토됐고, 용과 괴수무늬(귀면)가 가득 새겨진 정교한 금동신발과 각종 장신구, 고리칼, 말갖춤 등도 쏟아져 나와 무덤 주인의 정체를 놓고 학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립나주문화재연구소는 나주 반남면 정촌고분에 대한 학술발굴조사 결과 완벽한 형태의 금동신발과 귀고리 등의 금제 장신구, 말갖춤, 화살통 장식, 돌베개(석침) 등 다수의 중요 유물들을 확인했다고 23일 발표했다. 이 고분은 국가사적으로 백제·마한의 지배세력 무덤으로 잘 알려진 나주 복암리 고분군 근처에 있다. 지난해부터 연구소 쪽에서 발굴조사 작업을 벌여 돌방, 돌덧널, 옹관 등 9기의 매장시설과 관련 유물들이 드러난 바 있다.

 

가장 완벽한 형태의 백제 금동신발을 출토한 나주 정촌고분. 금동신발은 1호 돌방무덤에서 출토됐으며 사진은 2호 돌방무덤 내부 출토유물. 국립문화재연구소 제공

가장 완벽한 형태의 백제 금동신발을 출토한 나주 정촌고분의 1호 돌방무덤 내 북벽 인골. 국립문화재연구소 제공

가장 완벽한 형태의 백제 금동신발을 출토한 나주 정촌고분의 1호 돌방무덤 내 민무늬 고리칼과 토기류 출토 상황. 국립문화재연구소 제공

 

금동신발이 나온 곳은 무덤 안의 1호 돌방무덤이다. 최대 길이 485㎝, 너비 360㎝, 높이 310㎝로, 현재까지 알려진 마한·백제권의 초기 대형 돌방무덤 가운데 가장 크다. 내부 얼개는 돌방 바닥 부분에서 천장 쪽으로 올라갈수록 좁아 들게 축조하고, 출입구에는 석재 문틀을 만들었다. 이 무덤에서 나온 금동신발은 길이 32㎝, 높이 9㎝, 너비 9.5㎝로, 발등 부분에는 용 모양의 장식이 있고 발목 부분에는 금동판으로 된 덮개가 붙어있다. 연꽃과 도깨비 모양이 신발 바닥에 투조와 선각 기법으로 화려하게 장식돼 역대 금동신발 출토품 가운데 가장 완벽한 형태라는 평가가 나온다.

 

가장 완벽한 형태의 백제 금동신발을 출토한 나주 정촌고분. 금동신발은 1호 돌방무덤에서 출토됐으며 사진은 3호 돌방무덤 외부 전경. 국립문화재연구소 제공

 

금동신발은 백제권 유적에서 주로 나온다. 무령왕릉을 비롯하여 고창 봉덕리, 공주 수촌리, 고흥 안동 고분 등에서 부분적으로 훼손되거나 일부 장식이 손상된 채 출토된 선례가 있다. 이번에 나온 금동 신발은 용 모양 장식과 발목 덮개, 연꽃과 도깨비 문양 등의 장식이 온전히 보존된 상태다. 신발 바닥 중앙에 장식된 연꽃 문양은 8개의 꽃잎을 삼중으로 배치하고, 중앙에 꽃술을 새긴 것이 특징이다. 도깨비 문양은 부릅뜬 눈과 크게 벌린 입, 형상화된 몸체 등이 연꽃 문양을 중심에 두고 앞뒤로 2개가 묘사되어 있다. 연구소 쪽은 “금동 신발은 백제와 관련이 깊은 유물로, 영산강 유역에 백제가 직접적 영향력을 행사하며 지역 세력에게 하사품으로 내렸을 가능성이 있다”며 “백제와 당시 토착세력과의 정치적 관계 등을 반영하는 유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가장 완벽한 형태의 백제 금동신발을 출토한 나주 정촌고분의 1호 돌방무덤 내 마구류 출토 상황. 국립문화재연구소 제공

현재까지 드러난 백제 금동신발로는 형태가 가장 완벽한 유물을 출토한 나주 정촌고분. 봉분 하나에 9개 각종 매장 주체시설을 갖춘 '벌집형 고분'이다. 국립문화재연구소 제공

현재까지 드러난 백제 금동신발로는 형태가 가장 완벽한 유물을 출토한 나주 정촌고분. 봉분 하나에 9개 각종 매장 주체시설을 갖춘 '벌집형 고분'으로 사진은 금동신발을 출토한 1호 돌방무덤 내 주요 유물 출토 상황. 국립문화재연구소 제공

가장 완벽한 형태의 백제 금동신발을 출토한 나주 정촌고분의 1호 돌방무덤 내 입구 부분 호형 토기. 국립문화재연구소 제공

 

다른 출토품들도 영산강 유역권의 유물들과 양상이 달라 주목된다. 경남북 서부권에서 나오는 전형적인 가야계통의 토기류들이 무더기로 나왔고, 백제, 가야, 신라와 교류 흔적을 보여주는 마구, 고리칼, 장신구들도 많다. 전북 남원 두락리, 월산리의 가야계 석곽과 경주 신라황남대총 등에서 비슷하거나 같은 유물 유형들이 확인된 바 있어, 무덤의 주인공은 가야계 인물이거나 백제, 신라, 가야와도 활발한 교류를 벌였던 유력자일 것으로 학계는 보고 있다.

연구소 쪽은 다음달까지 돌방무덤의 구조와 축조 방법 등을 파악하기 위해 추가 발굴조사를 벌일 예정이다.

 

나주/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출처: 한겨레신문 http://www.hani.co.kr/arti/culture/culture_general/661067.html?_fr=mt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