共存主義/잃음과 잊음

5일이면 될 고구마 도입 179년 걸렸다

Kukulcan 2014. 6. 7. 15:53

 

5일이면 될 고구마 도입 179년 걸렸다
고구마의 이동을 통해 본 16∼18세기 동아시아 해양인식 목포대서 학술대회

2014년 06월 02일(월)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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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마는 감자와 함께 입을 즐겁게 하는 스낵류이자 간식거리다. 앞선 시대에는 흉년이 들고 기근이 심할 때 배고픔을 해결하는 주요 구황(救荒)작물이기도 했다. 국사시간에 고구마 종자는 일본에 통신사로 갔던 조엄(1719∼1777) 선생이 대마도에서 들여왔다고 배웠다.

목포대 도서문화연구원 김인희 인문한국(HK) 연구교수는 최근 목포대에서 열린 ‘섬의 인문학’ 학술대회에서 ‘고구마의 이동을 통해 본 16∼18세기 동아시아 각국의 해양인식’이라는 제목의 주제논문을 발표했다.

김 교수는 16세기에서 18세기 선진문물을 대표하는 작물인 고구마의 이동을 통해 한국과 중국, 일본 해양인식의 차이가 결국 근대화로의 이행에 성패를 가늠했다고 주장했다. ‘고구마’를 중심으로 한 동양 3국의 해양인식이 어떠했는지 주제논문을 요약해 소개한다.



◇고구마, ‘효자마’ 일본어 발음에서 유래=우선 고구마가 일본에서 우리나라로 유입됐음은 이름에서도 유추할 수 있다.

조엄 선생은 ‘해사일기’에서 “쓰시마에 뿌리가 있는데 먹을 수 있으며, 감저(甘藷) 또는 효자마(孝子麻)라 하는데 일본 발음으로는 고귀마라고 한다”라고 기록했다. 효자마의 일본어 발음은 ‘고꼬마’로 한자로 고귀마(古貴麻)라고 썼다.

이규경(1788∼1863) 선생이 쓴 백과사전 형식의 ‘오주연문장전산고’에는 “일본에서는 고구마를 고고리문외(古古里文畏)라 한다. 일본 방언에서 효자를 고고이(古古伊)라 하고 토란을 문외(文畏)라 한다. 예전에 효자가 고구마를 심어 부모를 부양했는데 고구마가 토란과 같이 생겨 이와 같은 이름을 얻었다”고 하였다. 또 “우리나라에서는 고금도에서 고구마를 많이 심기 때문에 고금이(古今伊)라고 한다”고 또 다른 설도 소개하고 있다.

남아메리카가 원산지인 고구마가 1492년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 이후 유럽을 거쳐 동아시아에 소개된 때는 ▲중국 1584년 ▲일본 1698년 ▲조선 1763년이다.

중국에 전해진 고구마가 일본 본토로 유입되기 까지 138년, 다시 조선에 전해진 때는 179년만의 일이다. 고구마는 필리핀의 루손에서 중국 광동성에 도착해 푸젠성을 거쳐 오키나와 열도를 따라 북상하여 가고시마와 나가사키에 이른 이후 쓰시마를 거쳐 부산에 이르게 된다.

이처럼 고구마의 이동이 매우 느린 속도로 진행된 것은 왜 그럴까? 김 교수는 이러한 요인에 대해 동아시아 각국의 해양인식에서 답을 찾았다.

◇동아시아 각국의 해양인식=김 교수는 “고구마의 이동이 당시의 해상활동과 관련이 있고, 느린 속도로 진행됐다는 것은 당시 동아시아 사회의 해양교류가 활발하지 않았음을 말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은 명나라에서 청나라에 이르는 시기에 일관되게 해금(海禁) 정책을 시행했다. 중국에 고구마가 유입된 시기는 명나라 말기 해금을 취소하며 해외무역이 번성하던 때였다.

일본은 해금정책이 늦은 시기에 시작됐고, 사(私)무역을 동반한 조공무역의 형태로 중국이나 조선과 다른 개방적인 형태였다. 특히 ‘화이(華夷)정신’을 배제하고, 오랑캐에게도 배워야 한다는 ‘사이(師夷)정신’을 발휘해 서구 과학문명을 적극 수용함으로써 근대화에 성공해 아시아의 제패국이 됐다.

반면 조선은 명·청보다 더 강력한 해금정책을 시행했다. 모두가 바다를 통해 교류하던 시기에 조선은 홀로 바다를 닫고 좁고 느린 육로를 통해 오직 중국과만 교류했다. 조선 중·후기에 들어서는 ‘소중화’라 부르며 폐쇄의 늪으로 빠져들었다.

김 교수는 “고려시기라면 중국 남부에서 한반도까지 5일만이면 도달할 수 있었던 고구마가 179년이 걸려 조선에 도달하는 결과를 낳았다”면서 “16세기에서 18세기에 이르는 시기 동아시아 각국의 해양정책은 고구마와 같은 중요작물, 즉 선진문물의 수용에 대한 시각의 차이를 낳았고 결국은 각국의 운명을 갈라 놓았다”고 강조했다.

 

/목포=김준석기자 kjs0533@kwangju.co.kr

 

 

출처: 광주일보 http://www.kwangju.co.kr/read.php3?aid=14016348005253241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