厭世主義/文化衝擊

책은 문화적 공공재 … 무분별한 출판은 毒

Kukulcan 2014. 4. 26. 13:55

 

“책은 문화적 공공재 … 무분별한 출판은 毒”

 

[컬쳐&피플] 사계절 출판사 대표 강맑실
전남대 운동권 남편 잦은 투옥으로 출판사와 인연

 

2014년 04월 23일(수)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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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맑실 사계절 출판사 대표가 경기도 파주출판에 있는 사옥 편집국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파주=김진수기자 jeans@kwangju.co.kr

 

“좋은 책을 내는 것도 좋지만 그에 못지않게 쓸모없는 책을 내지 않는 것도 중요합니다. 출판이 홍수를 이뤄 독자들의 선별능력을 마비시키는 행태는 바람직하지 않죠.”

경기도 파주시 문발동 파주출판도시에서 만난 사계절 출판사 강맑실(57) 대표의 철학은 단호했다. 돈과 유행을 좇아 책을 내지 않겠다는 것이다. 꼭 필요한 책, 반드시 있어야 할 책을 내겠다는 다짐이기도 하다.

강 대표는 어린이 책에 관심 있는 부모라면 누구나 아는 출판인이다. 사계절출판사가 누구에게나 친숙한 ‘누가 내 머리에 똥쌌어’, ‘마당을 나온 암탉’ 등 유아·아동도서의 스테디셀러이자, 밀리언셀러를 출간한 회사이기 때문이다. 지난 1992년 출간한 ‘반갑다 논리야’ 시리즈, 한국사를 신문형태로 정리한 ‘역사신문’은 ‘단타 출판’이 대세를 이루던 한국출판계에 기획출판을 선보인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전남여고를 졸업한 강 대표는 한국 출판계의 대모로 통한다. 그는 벽초 홍명희(1888∼1968)선생의 손자를 평양에서 만나 저작권계약을 체결, ‘임꺽정’을 출간했다. 남한의 출판권자와 북한의 출판권자(저작권자)가 저작권 사용료와 출판권 설정 계약을 맺은 것은 한국 출판사상 처음이었다. ‘한국생활사 박물관’ 시리즈는 비주얼로 가득한 지상(紙上) 박물관으로 평가받는다. 그는 지금까지 1200여권의 책을 만들었고, 지난 2008년 시사저널이 선정한 ‘한국을 이끌어갈 차세대 리더’ 출판 부문에서 박맹호 민음사 회장과 나란히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출판사 경영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지요. 선생님이 되고 싶었죠. 사계절의 창립자는 김영종 선생(남편)입니다. 전남대 73학번인 김 선생은 한봉이 형(고 윤한봉 선생을 지칭)이 아끼던 후배였지요. 그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취업을 포기하고 1982년에 차린 회사가 사회과학 전문출판사인 사계절이었지요. 책으로 사회를 변혁하기 위해서였죠. 그런데 김선생이 ‘새날의 길잡이’, ‘일하는 즐거움, 철학하는 기쁨’ 등 책을 출간할 때마다 연례행사처럼 감옥에 갔어요. 그래서 사계절 출판사 편집부장으로 입사해 인연을 맺었죠.”

사계절 출판사는 반품도서가 평균 25%에 달하는 국내 출판계의 사정과 달리, 그 수치를 한자릿수로 유지하고 있는 강한 회사다. 반품률이 5%대 이하로 떨어진 적도 있다. 출판계에서는 기적에 가깝다고 한다.

“처음에는 ‘안전운전 365일’, 어학, 의학 관련 서적 등 다양한 분야에 손을 댔으나, 시원치 않았지요. 결국, 기획과 내용에서 특화·명품전략으로 방향을 바꿨죠. 아동·청소년, 역사, 인문서적으로 방향을 굳힌 거죠. 그러다 보니 책은 느리게 만들어지고, 비용은 많이 들어 고전했어요. 그 열매가 기획출판물인 ‘한국생활사 박물관’, ‘역사신문’, ‘아틀라스 시리즈’ 등이 스테디셀러가 돼 결실을 맺은 겁니다.”

출판계에서 사계절출판사의 인문·역사서의 위상은 독보적이다. ‘역사신문’, ‘세계사 신문’을 바탕으로 역사의 대중화를 이끌었고 현재 세계사까지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유라시아 유목제국사 등 20여종을 헤아리는 중앙아시아 관련 서적은 ‘컬렉션’이라 불러도 좋을 명저들이다. 서구 중심의 시각에서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던 중앙아시아를 재조명하는 시리즈물이다.

강 대표는 사계절 출판사를 상법상 법인(法人)이 아닌 사람들이 연대하고 인문정신으로 교감하는 삶터로 꾸려가고 있다. 대표이사가 출판을 독단하는 의사결정 방식은 이 회사에 없다. 편집부는 물론 회계 부문 담당자까지 출판대상 원고를 읽고 난 뒤 의견을 모아 출간을 한 적도 있다.

누구에게나 신산(辛酸)의 계절은 있다. 강 대표도 예외는 아니다. 한신대 신학과, 이화여대 대학원 기독교학과를 졸업한 ‘초보경영인’이 출판계에서 겪은 일은 난관은 아니었다. 가장 큰 고난과 고통은 생사(生死)를 알 수 없어 가슴 졸이던 ‘사랑’이었다. 재학 중이던 전남대를 다닐 수 없어 한신대에 편입한 남편 김영종 선생이 학생운동으로 수배와 검거, 도피를 반복하던 때다. 그는 “그가 경찰에 붙잡혔을 때 살아있음을 확인해 차라리 마음이 놓였다”고 씁쓸하게 웃었다. 김 선생은 현재 ‘실크로드 길 위의 역사와 사람들’, ‘티벳에서 온 편지’ 등을 출간하는 등 저술가로 활동하고 있다.

출판인으로서 강 대표는 ‘책을 문화적 공공재로 봐야 한다’는 지론을 갖고 있다. “책을 냉혹한 시장의 논리에 맡겨서는 결코 문화대국이 될 수 없다”고 강조한다.

강 대표는 우리말을 사랑한 아버지 덕분에 ‘맑실’이라는 독특한 이름을 얻었다. ‘맑실’을 마르크스(Karl Heinrich Marx)와 연결짓는 억측도 있으나, 실은 맑은 골짜기라는 뜻이다.

늘 변화를 추구하는 강대표는 그 변화의 출발점을 ‘현재’라고 강조한다. “우리 모두는 지금, 이곳에서 잘 살아야 합니다. 그런 세상으로 변화시키기 위해 사람들이 연대할 수 있도록 책으로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사람들이 고립되지 않고 소통하는 인문정신을 갖도록 말이죠. 너무 어려운 일이라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지만, 언젠가 지역사를 정리한 책을 내고 싶습니다. 교과서에 언급되는 곳은 유명한 관광지나 명승지뿐이거든요.”

/파주=윤영기기자 penfoot@kwangju.co.kr

 

 

 

출처: 광주일보 http://www.kwangju.co.kr/read.php3?aid=1398178800522635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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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 사계절 출판사에서 나온 역사서를 많이 가지고 있는데, 중앙아시아사나 문명교류 관련 책들 정말 좋다. 특히 "몽골비사", "라시드 앗 딘의 집사 1,2,3" 등은 출간된 거 자체가 기적이다.